지난 글에서는 악보의 저작권에 대해 다뤘습니다. 이번 시간에도 마찬가지로 최근에 제가 겪은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최근 COVID-19으로 인해 음악가들은 최대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모든 콘서트나 음악 세미나는 중단되었고, 주요 수입원이었던 개인 레슨은 대부분 취소되었고, 심지어는 교회 성가대가 금지되는 바람에 성가대 지휘 조차도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습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COVID-19은 5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고, 아직도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습니다. 이제는 음악가들도 그냥 쉬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음악가들은 온라인으로 콘서트를 하고, 집에서 연주한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발표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특정 합창단의 공유물이었던 Virtual Choir가 일반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음악 전달 수단이 되었습니다.
교회 성가대나 찬양대들도 앞다투어 Virtual Choir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교회에서 9번에 걸쳐 Virtual Choir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전 정말 희괴한 일을 겪었습니다. 제가 지휘하는 Virtual Choir를 한국의 친구에게 보내줬는데, 얼마 후 그 친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보내준 Virtual Choir를 듣고 난 후 관련 동영상으로 다음 동영상을 연달아 들었는데, 그 동영상이 자신의 합창단 사운드와 너무 비슷한 거 같다고 한번 비교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전문 사운드 프로그램으로 그 친구 합창단의 소스와 Virtual Choir 동영상의 소스를 비교하니 95%이상이 일치하였습니다. 마치 ‘이건 우리꺼야’ 라고 말이라도 하는 것 처럼 전주와 간주는 자신들의 피아노로 대치하고, 나머지 부분은 그 합창단의 음원을 대부분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더 경악할 만한 것은 Virtual Choir를 만든 그 동영상을 분석해 보면 Virtual Choir의 소리보다 전문 합창단의 소리가 더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며 음악가로서 참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Virtual Choir는 분명 실제 합창단의 소리와 차이가 납니다. 지휘자 없이 개인이 집에서 각자 녹화를 하다보면 상황에 따라 약간의 시간차가 생기고 녹화장소에 따라 각 각 다른 울림이 생기기 때문에 나중에 하나로 합치면 곳곳에 고쳐야 할 요소들이 많이 생깁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편집을 하고 또 울림을 주는 작업을 세밀하게 하다보면 어느정도의 현대 음향기술(?)이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음향기술을 넣는 것과 다른 합창단의 음원을 가져다 쓰는 것은 100% 다른 문제입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 논문을 가져다가 조금 수정해서 마치 이 논문이 자신의 논문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모방이나 차용이 아니고 남의 음악을 훔치는 것과 같습니다.
COVID-19으로 인해 여러가지로 모든 것들이 혼란스럽고 어려운 이때 이런 일들이 음악가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고, (사실, 그분만 그런것인지 아니면 다른 음악가들도 이런 경우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일반 음악가들이 아닌 교회음악가에 의해 이루어 지고 있다는 점이 정말 경악스러웠습니다. 살다 보면 모르고 저작권 있는 것을 쓸 수도 있고, 또 어쩔 수 없이 저작권을 어기게 되는 경우도 더러 생깁니다. 하지만, 앞에서 제가 겪은 Virtual Choir의 경우는 분명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고의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명백해 보이고, 충분히 자신들의 자원을 이용해 100%제작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사용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 음악가의 과시도 될 수 없고, 오히려 공개적으로 자신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고백처럼 보입니다.
제가 이 글의 제목을 “제발 좀 작작좀 합시다!!”라고 쓴 이유는, 우리가 살다보면 저작권에 100% 자유로울 순 없지만, 이렇게 노골적이고 의도적인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 범죄 행위이며, 음악가로서의 윤리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COVID-19으로 모두가 어려운 이때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친 우리들이지만, 그럴지라도 우리 모두 음악가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며 사는 품위있는 음악가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김형직 박사 (Dr. Hyoungjik Kim)
MUSICUS SOCIETY VICE PRESIDENT